주인이 되자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나는 사실 우리 한국 현대사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대학 신입생 때 선배들을 따라 정치 학회에 가서, 박정희, 전두환 군사 정권의 탄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저 먼나라 이야기 같았고,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 같다.

몇 해 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 자서전’을, 베스트 셀러라는 이유로 샀다. 14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에 압도되어, 한 보름 동안은 방치했던 것 같다. 어느 일요일 오전이었던가 무심코 책을 폈다. 어렸을 적 섬마을의 똘똘한 김대중 어린이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이야기도 참 신났다.

즐거운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책을 읽다보니 김대중 선생의 입장에서, 6.25 전쟁 중에 공산군에 의해 감옥에 갇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공포를 경험했고, 4.19 혁명으로 잠시나마 민주화된 대한민국을 경험했다. 또, 지역 감정이 없던 시절, 강원도 인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젊은 나이에 당 대변인이되지만, 5.16 쿠테타로 국회에 입성하지 못해 억울해하기도 했다.

유신정권의 탄압을 피해 일본에서 활동하던  중에 중앙정보부 요원에 의해 납치되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탈출해서 살아 남았고, 트럭이 승용차를 덮치는 의문의 사고로 죽을 뻔한 위기를 넘었다. 박정희 독재 정권 하에서 온갖 죄목을 뒤집어 쓰고 차디찬 형무소에 몇년을 지냈다. 그리고,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내란죄로 사형선고까지 받고서, 사형수로서 집행일만 기다리는 극한의 공포를, 나는 느꼈다.

그렇게 그렇게 우리 선배들은 민주화를 위해 투쟁을 했다. 내가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민주주의는 그렇게 얻어진 것이다. 시간이 됐으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서 얻어낸 것이다. 안타깝지만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된 대한민국을 못본채 그렇게 눈을 감았다.

책을 읽으며, 이들이 겪었을 울분을 생각하니 눈물이 주루륵 흘렀다. 거대한 권력앞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옳은 것을 행하는 용기에 눈물이 주루륵 흘렀다. 나는 과연 이런 상황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마냥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 싸운 기성세대에 빚을 지고 있다. 갚아야 할 빚이다. 빚을 갚는 방법은 단순 명료하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독재 시대의 반 민주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득권에 빌붙은 수구 언론과 양심을 버린 학자들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대사를 공부하고, 시대 정신을 이해하려 노력하면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안 매체를 통해 옳은 목소리를 내는 언론도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하고, 단호하게 행동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진행형이다. 냉철한 판단과 뚝심있는 행동으로 스스로 주인이 되자. 우리 선배들이 힘들게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지켜내서, 우리 후배 세대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역사에 기록되자. 내가 있고, 너가 있으니 우리는 할수있다, 친구야.

4 thoughts on “주인이 되자

  1. 형, 저도 공감이 많이 가요. 저도 무슨 정치, 역사 이런거에 관심있는 사람도 아니였고, 대학교와서도 별로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군대에 있을 때, 강준만씨가 쓴 현대사 관련 책들을 거꾸로 읽어 내려갔어요. 그런데, 너무 충격적인 거에요. 그런데, 국사 시간에는 그런걸 배운 기억도 없고,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으니 책을 읽은 적도 없으니 까막눈이었던 거죠. 현대사 책을 몇권 읽고서, 제대로 정신 차렸어요. 그래서, 역사 교육이란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쨌거나, 이렇게 깊이 공감이 간 책이라고 하시니 저도 읽고 싶네요!

    • 맞아. 우리 교육이 우리 언론이 진실을 볼 수 있도록 못해주니까, 상식적으로 이해안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 같다. 누구 탓하기 전에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조금씩이라도 해보려고. 옆에 너같은 동생이 있어서 항상 든든하다.

  2. 얼마전에 보았던 글귀가 생각나네요,,,

    기득권에서 가장 좋아하는건,,,

    무관심이라고,,, 어짜피 그놈이 그놈이야 라고 생각하는것,,,,

    자체가 기득권층이 바라는 일이라는게 참 무섭더군요,,,

    투표율에 따라 특정 당에 유리하다는것부터,,,

    투표율이 낮게 나오길 바라는 기득권층,,,,참 답답하네요 ㅠㅠ,,,,

    그러기에 더욱 더 관심 가지고 더욱 더 공부해야 한다는걸 절실히 느끼게 되네요,,,,

    • Thomas Friedman가 쓴 ‘Hot, Flat, and Crowded’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중동의 산유국들은 국민에게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석유를 팔아 생긴 이윤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준다. 국민 세금으로 국가가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국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것이 중동의 민주화를 더디게 만들고, 이것이 우리가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면서, 최근 몇 십년간의 국제유가의 추이와 중동 산유국들의 민주화 지수 추이 그래프를 보여주는데, 국제 유가와 민주화 지수가 정확히 반대로 움직입니다.

      우리는 우리 세금으로 나라가 운영되지만, 정작 투표를 안하면 정권은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투표를 해야하는 이유라고 생각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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