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전성시대

요즘 프로그래머 정말 귀한 것 같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그리고 웹이 HTML5로 바뀌면서 프로그래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개발자 수는 여기에 못미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프로그래머야 몸값이 올라가서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이나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입장의 분들에게는 프로그래머를 어떻게 모실(?) 것인가가 사업과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가 된 것 같다.

얼마나 프로그래머 구하기가 어려웠으면,  미국에서는 입사하면 연예인을 만나게 해준다는 곳까지 생긴 것 같다. (http://t.co/jNaUbiT via @sm_park)

그래서, 실제로 프로그래머가 부족한 것인지,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 짚어볼까한다.

(이 글은 순전히 좁디 좁은 제 경험에 근거하고 있으니, 틀릴 가능성이 다분히 있습니다. 가차없이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1. 프로그래머는 정말 부족한가?

1.1 전자업계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과거에는 전자공학도 위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휴대폰 개발의 경우에 투입되는 리소스의 상당부분이 소프트웨어 관련 인원이다. 이 두 회사만 해도, 1년에 천명 단위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어렵다 보니 요즘에는 공대 졸업생을 뽑아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몇 달간 시켜 프로그램을 만들게 할 정도이다. 최근에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이 고전하는 이유가 이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듯 하다.

1.2 웹 & 모바일 서비스 업계

NHN이나 Daum의 경우는,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 개발자를 많이 뽑는다. 아마도, 이전 같으면 플래시나 Active-x로 간단히 할 수 있던 것을, 웹표준을 지켜 HTML로만 해야 하니 좀더 리소스가 많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 데이터가 커지면서 이를 잘 scaling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 하기 위해 인원이 더 필요할 거라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서는 웹 관련 개발 뿐 아니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야 하니 프로그래머가 더 필요할 듯 하다.

게다가, 모바일 관련 창업이 늘면서 수요가 많이 늘은 것 같다.

1.3 게임업계

온라인 게임의 경우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프로그래머 수십에서 백명 이상에, 2~3년에 걸쳐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 온라인 게임 이전의 캐주얼 게임이나 초기 온라인 게임의 개발과 비교하면 분명히 프로그래머가 정말 많이 필요하다.

1.4 기타업계

최근에 Marc Andreessen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에서도 보듯이 요즘은 세상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에서도 홍보용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갖가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내놓고 있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는 어플리케이션들이지만 상당한 리소스들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2. 왜 부족할까?

2.1 수요가 갑자기 늘었다.

해마다 대학에서 배출할 수 있는 전산관련 졸업생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가 갑자기 늘었다. 프로그래머의 수요가 늘면 대학의 전산 관련학과 정원도 늘리면 좋겠으나, 정원을 늘리는 건 아마도 교육부 허가도 필요할 것이며, 또 정원만 늘린다고 지원자가 바로 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쉽지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2.2 개발 복잡도가 커졌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 개발의 경우에 임베디드 환경이고, 다양한 기기를 지원해야 하는 점 때문에 생산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다. 과거에 윈도우즈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Active-X를 이용한 웹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에, MFC나 Win32 API만 잘 쓰면 만사 OK였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아이폰 개발을 위해서는 Object-C와 iOS 프레임워크를 익혀야 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을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SDK를 익혀야 한다.

그리고, 웹 개발도 예전보다 많은 traffic을 좀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tier가 더 많아져서 해줘야 할 것이 많다. 예전 같으면, LAMP라고 해서 리눅스(L), 아파치(A), MySQL(M), P(PHP or Perl) 정도만 설치하고 웹서비스를 했지만, 요즘은 사용자들 눈높이가 높아져서 이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DB를 빠르게 하기위해 Memcached 같은 cache 서비스를 웹 서버와 DB 사이에 붙이기도 하고, client에서 좀더 화려하고 빠르게 동작하도록 Ajax 형태로 구현하기도 한다. 결론은 예전보다 복잡해서 손이 많이 가고 리소스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3 이공계 기피 현상

실리콘 밸리에서도 개발자는 귀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더 귀한 이유가 10년전쯤 생긴 이공계 기피현상 때문인 것 같다. 10년 전, 그러니까 내가 벤처에서 프로그래머 생활을 시작할 그 즈음에는 26~7살 정도 되면 팀장이 되고, 30이 넘으면 회사 임원이 되면서 슬슬 개발을 놓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새로운 프로그래머가 계속 들어오니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어떤 개발팀은 30이 넘은 팀원이 막내인 경우도 있고, 30대 후반의 팀장 아닌 팀원도 쉽게 본다. 긍정적으로 본다면야 프로그래머가 정년(?)이 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젊은 피가 안들어오는 게 문제다. 환갑된 할아버지가 경로당 가면 ‘막내’소리 듣는 다는 말이 생각난다.

3. 마무리

간단히, 프로그래머가 실제로 부족한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나만의, 그리고 매우 주관적이며, 또한 편협할 수 있는 생각을 적어봤다. 글을 마치면서, 혹시 전공이나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좋아하고, 창작의 기쁨을 안다면, 컴퓨터공학을 해라~ 팍팍~

Updated at 2012-04-23:
개발자 부족문제를 잘 풀어낸 글이 있네요.  http://allaboutetp.wordpress.com/2012/04/23/developers/

6 thoughts on “프로그래머 전성시대

  1.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저 역시 관련학과를 졸업하여 지금은 다른 분야를 공부 중입니다만, 전적으로 동갑하는 바입니다. 물론 제 주변 친구들이 포탈의 N사나 D사 그리고 게임 업계 N사(2곳)에 꽤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만, 그 친구들도 대부분은 자신들의 사이드잡으로 따로 프로젝트를 따와서 수행할 만큼 요즘 모바일 개발이 많아진 상황이더군요.

    즉, 최근 시장 상황에서 보다 더 나은 앱 개발을 위해서 그만큼 고급 인력에 대한 댓가가 따라줘야 하는데 사실 이게 현 시장 상황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이 시장 요구에 인력이 받쳐주지 않는 원인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초기 개발비에 추후 유지보수비를 제대로 가치평가해 주는 곳이 적을 뿐더러, 소요기간도 빡빡하게(현실적이지 못하게) 잡는 것도 프로그래머들을 옥죄는 환경 중에 하나죠.

    근본적으로는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이게 부족하다보니
    개발자들이 기피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열심히 시장에서 개발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기에 생태계가 돌아가고 있긴 합니다만.)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지인들을 두었기에, 저 역시 짧은 생각 끄적여 보았습니다. ^^;

    @likeapurity

  2. 안녕하세요~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종 들르셔서 제 짧은 생각에 문제가 없는 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3. 항상 좋은 말씀 잘 보고 갑니다.
    저도 현재 웹 개발을 하고 있지만 주위 지인들에게 하루 한번씩은 아는 개발자 없냐는 말을 많이 듣게 되네요. 어디서 부터가 잘못된건지 참 아쉬울 따름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프로그래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거 같습니다.
    마치 공장의 기계처럼 기계 하나가 빠지면 충원하고 숫자만 채워지면 된다는 인식과 프로젝트 진행 인력이 많으면 그 인력의 배수 만큼의 아웃풋이 나온다는 인식이 많이 아쉬운거 같습니다.
    산모 10명이 있다고 한달만에 아기가 나오는건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이런 프로그래머 구하기 힘든 상황에 개발자들의 수동적인 업무, 그리고 책임감의 부재 등 프로그래머 자체의 인식등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래도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사회적 이슈로 인해서 작은 변화를 기대하게되네요 ^^

    • 관심있게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프로그래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용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외부 탓만 하기는 힘들고, 프로그래머들도 자신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지 봐야 할 것 같아요.

      특히, 대학 때 날림으로 대충 공부하거나 또는 학원 다니면서 책 몇권 보고 프로그래머로서의 능력을 다 갖춘듯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야 진짜 프로그래머라고 봅니다.

      진정한 프로그래머들은 회사 탓, 환경 탓 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능력 갖춘 프로그래머들은 더 좋은 회사에서 언제든 러브콜을 하는 것 같거든요.

      고로.. 계속해서 열심히 공부해갑시다 ㅎㅎ

  4. 글쎄, 저는 좀 다른 시각입니다.
    전적으로 지금의 프로그래머 부족이란 현상은 기업 경영진들의 문제입니다.
    절대적인 숫자를 따진다면 전국의 공대 컴퓨터관련학과 숫자는 국내 산업계를 다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저는 그래서 공대를 줄여야된다고 보는쪽입니다.
    당장 국내 대학 컴퓨터관련 학과 게시판가보면 취직 어렵다고 안된다는 글들입니다.
    근데, 왜부족할까? 하면, 그들이 전부 전공대로 취직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그보다 훨씬 까다롭게 채용을 하며 대우는 타직종에 비해 못하다는것이 문제입니다.
    아마 문과생을 프로그래머채용하듯 스펙을 잡아서 한다면 아무도 지원못할것입니다..
    제가 아는 동생(?)은 컴퓨터공학과 나오고 성적도 좋고 재능도 있는데, 제약회사 영업사원합니다.
    그 이유는? 연봉이 두배입니다. 아무리 다른 호기심과 보람이 있는 직업이라도 돈벌기 위한 것이 직업이기에 다른 이유를 뛰어넘지는 못합니다.

    물론 신입을 몇년키워서 채용할 여력되는 대기업그룹사외엔 중소기업은 대부분 당장 일시킬려는 다급함으로 경력자를 선호하지만, 그 경력자를 현실만큼 대우를 또 해서 채용해주지 않습니다.
    그럼 그 경력자도 또 대우를 자기 기준만큼 해주는 회사를 찾게되고 결국 제대로 대우해주는 한회사쪽으로 인력이 몰리던가합니다.
    그래서 국내 포탈회사와 몇몇게임회사로 대부분 우수인력이 몰려서 이동하지 않는것을 개발자 무덤(?) 비슷한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뫼비우스의 띠같지만, 해법은 신입의 높은 수준 대우로 채용과 기업의 장기적인 인력 투자입니다.
    결국, 돈 문제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만,.. 경영진들의 인식이 바뀌는게 우선입니다.

    나중에 저도 기업 경영진과 구직자 입장에서 좀 더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여 글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덧글 달린지 모르고 있었네요. ^^;;;;;

      사실 요즘 프로그래머 귀하기는 하지만, 실리콘밸리에 비하면 프로그래머에 대한 대우는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왜 대우가 좋지 못한 지 아직 저도 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앤디님께서 나중에 정리해주시면 참고가 될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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